지난 밤에 둘째 아들이 열이 오르더니만, 간호한다고 아내가 밤새 챙기더니 결국 오전에 둘 다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다행히 저하고 첫째 아들은 음성으로 확인되었지만, 같은 집안에서 각자 격리된 채 대화도 없이 쓸쓸한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원사업 지원서 작성한다고 주말도 없이 일하고 있고, 회사 일은 더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작년 이맘 때에 난 뭐하고 있었지 하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핸드폰 사진을 뒤적여 봤어요.
2021년 3월 26일,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 사진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어요. 아이들 놔두고 아내와 둘이서만 떠난 하동여행의 사진들이 펼쳐지지 뭡니까.
그 땐 벚꽃이 피기에는 조금 이르다 싶어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여행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전날 살짝 내린 비에다 날씨도 예년보다 따뜻해져서, 벚꽃들이 온통 만개한 벚꽃축제의 절정을 만끽하게 된거죠.
세상에... 어쩌면 그렇게 벚꽃 세상인 걸까요? 살면서 그렇게 많은 벚꽃은 본 적이 없었어요. 가는 길마다 온통 벚꽃이었는데, 하나같이 눈부시게 아름다왔습니다. 배경음악으로 <벚꽃엔딩>을 크게 틀어놓고, 창문을 열고 한참을 달렸는데, 달려도 달려도 벚꽃이 끝나질 않는 겁니다.
맛난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가는 길이 <화개로> 였는데. 그 때 찍은 핸드폰 영상 잠시 보여드릴께요😊
그런데 1년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회사는 점점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조급하고 여유도 없이 하루 하루 그렇게 빠듯하게 살고 있는 걸까요?
1년 전 사진을 꺼내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내가 지금 살짝 방향을 잃고 있는 건 아닐까? 다 행복하려고 하는 건데, 어쩌면 그 행복을 저만치 더 멀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일주일만 있으면 아내와 둘째 아들은 슈퍼 항생체 보유자가 되어 다시 씩씩해질 겁니다.
아마도 벚꽃도 작년처럼 아름답게 피어 있겠죠 (벚꽃에겐 코로나가 없는게 얼마나 다행인가요)
이번 주말엔 조금 따사로웠으면 좋겠습니다.
멀리 하동까지 갈 수는 없겠지만, 아내와 손잡고 동네 탄천이라도 걸을 수 있으면 아마 조금 행복해 질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