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요일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이번 시상식에선 그 어느 때보다 수상자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화제였습니다.
동양인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탄 양자경 (Michelle Yeoh)도 대단한 화제였고, <미이라>로 스타가 되었다가 오랜기간 불운의 아이콘으로 살았던 브랜든 프레이저 (Brendan Fraser)의 남우주연상 수상도 많은 주목을 받았죠. 하지만 저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키 호이 칸 (Ke Huy Quan)의 수상이 가장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키 호이 칸은 베트남을 탈출한 보트 피플 출신입니다. 우연히 영화감독 스필버그의 눈에 띄어서 <인디애나존스 : 미궁의 사원 : 1984년>에 출연하면서 꽤 유명세를 탔죠. 하지만 그 이후 보트 피플 출신의 동양계 배우에겐 그리 많은 기회는 없었습니다. 몇몇 영화에 출연하기는 했지만 대중과 헐리우드 제작자의 관심으로부터는 점점 멀어져 갔죠. 출연 기회를 잡기 힘들었던 그는 무술연기 지도와 영화스텝으로 일하면서 살아갑니다. 연기를 사랑했던 그는 생각했죠. 인디애나존스에 출연했던 어린 시절이 그의 전성기이지 않았을까? 다시는 자신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인디애나 존스 : 미궁의 사원>에 출연한 해리슨 포드와 키 호이 칸 그리고 38년 후의 두 사람> 키 호이 콴 SNS
1984년 인디애나 존스에 출연한지 40년이 가까이 흘러 50세가 넘은 키 호이 칸은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에 출연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리곤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를 거머쥐게 되죠. 시상식에서 그의 이름이 호명되자 정말 아이처럼 기뻐하며 무대 위에 올라 감격에 찬 소감을 말합니다.
<키 호이 칸이 95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고 감격하는 모습>
"20년간 제 아내는 저에게 말했죠. 언젠가는, 정말 언젠가는 내 시간이 올 거라구요.
꿈은 당신이 믿어야할 무언가가 맞아요. 전 그 꿈을 거의 포기할 뻔 했습니다.
당신의 꿈이 살아있도록 꼭 지켜내세요 "
꽃의 존재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바로 개화(Be Blooming) 입니다. 자신의 모습대로 꽃으로 피워내는 것이 꽃의 존재 목적입니다. 얼마나 화려한지 그리고 때가 언제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꽃을 피워내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이며 존재 가치입니다. 키 호이 칸의 수상 소감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자신의 꿈을 찾아 묵묵히 나아가는 것이, 비록 그 길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험난한 여정 끝에 화려하진 않더라도 자신만의 꽃을 피워내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스토리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