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이 꼭 8일째입니다. 매일 달리기 기록을 SNS에 올리고 있습니다🏃
<아무튼> 시리즈를 꽤 좋아하는 편인데, 독특한 취향과 자신만의 기쁨 하나를 주제로 써 내려간 에세이들입니다. 예를 들면 <아무튼, 술집> <아무튼, 클래식> <아무튼, 문구> 이런 식입니다. 시리즈 아이디어가 너무 근사하지 않나요? 그리고 확장성이 정말 무궁무진하죠. 이런 식이면 세상 끝날 때까지 시리즈는 계속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요즘 핫한 주제로 한다면 <아무튼, ChatGPT> 같은 게 나와도 이상할 것 없는 시리즈입니다. 다만 주제별로 저자들의 필력이 너무 들쭉하고 전반적인 톤이 너무 가볍다는 한계는 있습니다. 아무튼~
<아무튼, 달리기>를 갑자기 읽고 싶었습니다. 예전에도 한 번 읽었던 책이었지만, 불현듯 다시 읽고 싶단 생각이 들더군요. 순식간에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난 뒤 한번 달려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작가도 달리기를 시작할 때 비슷한 생각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고, 마음은 적적하던 어느 날, '나가서 달려나 볼까?' 란 생각이 뜬금없이 떠올랐다."
<아무튼, 달리기> 중에서
저랑은 약간 상황이 다르긴 합니다. 요즘 할 일은 너무 많고, 시간은 모자라고, 머리는 터질 듯 복잡한데, 문득 '나가서 달려나 볼까?' 란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상황은 작가와 좀 다르지만 뭔가 시작하고 싶다는 갑작스러운 욕구는 비슷해 보입니다. 암튼 이 책이 트리거가 되었고 바로 그날 밤 탄천으로 달렸습니다.
무리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마라토너가 되려는 목표가 아니니까요. 그리고 오래전 무리하게 달리기하다 발목을 다친 경험도 있고 해서. 아주 천천히 몸을 만들려고 합니다. 힘들면 걸어가고, 조금 컨디션이 좋다 싶으면 약간 무리도 해보고. 하지만 무엇보다 딱 100일만 해보자는 심정입니다. 더도 말고 딱 100일입니다.
아직 8일밖에 안 되었는데 사실 이렇게까지 글을 쓴다는 게 참 부끄럽긴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절대 지키지 못하리란 알기 때문에 창피함을 무릅써 봅니다. (정말 이렇게까지 했는데 못 지키면 어쩌죠? 사실 진짜 걱정이긴 합니다.)
100일이 딱 지나는 6월 초의 푸른 어느 날, 한 번 더 글을 써보면 좋겠습니다. 100일간 달려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