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얘기로는 엄청 유명한 로또집이라고 하더군요. 1등을 벌써 몇 번이나 낸 곳이라며 서울에서도 찾아오는 로또 맛집이라네요. 그러면서 지갑에서 만원 몇 장을 꺼내면서 '우리도 여기서 좀 살까' 며 농담같지 않는 농담을 건냅니다. 여름이면 전세 이사를 가야 하는데, 복권만 당첨되면 그렇게 가고 싶었던 아파트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자기는 큰 욕심 없다. 이거 하나만 당첨되면 정말 행복하겠다 합니다.
저는 로또에 대해서 특별히 억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복권이 주는 '일주일 행복론'을 도저히 반박할 자신도 없거니와 사실 만원 정도로 이런 소소한 행복을 일주일이나 품을 수 있는 게 로또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평생 딱 한번만 로또를 샀습니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지만 아마도 20년은 족히 된 듯 한데, 그 때 몇 주간 1등이 나오지 않아서 정말 천문학적으로 당첨 금액이 올라가 온 나라가 로또 열풍이 불던 때 였습니다. 정말 그 때는 안사면 안되는 분위기였고 형제들과 스키장을 갔던 날이었는데 돌아오는 길 식당에서 복권을 맞춰보았던 기억이 새록합니다. 당연히 꽝이었죠. 아무튼 그 때가 제 로또 경험의 전부이지만, 로또가 주는 작은 행복감, 그리고 현실의 힘겨움을 탈출할 수 있는 한가닥 희미한 기대에 기대고 싶은 보통의 우리 서민의 작은 사치를 어떻게 뭐라 할 수 있을까요?
다시 로또 명당 이야기로 돌아가 가서 이거 하나만은 기억했으면 합니다. 로또의 확률은 수학적으로 이미 명백합니다. 6개의 숫자가 일치할 확률 1/8,145,060 입니다. %로 따지자면 0.0000123% 이죠. 800만분의 1도 안되는 확률이라는 게 어느 정도냐면, 보통 번개 맞아 죽을 확률을 거의 불가능한 경우로 얘기하는데 이게 대략 60만분의 1 에서 28만분의 1 사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낮게 가정해도 100만분의 1 정도가 번개에 맞을 확률인 건데 로또는 번개에 맞을 확률보다 무려 8배나 더 낮은 겁니다.
로또는 수학입니다. 그리고 로또는 가장 기본적인 룰로 공정성을 확보합니다. 바로 '누구에게나 이 확률은 동일하다' 라는 아주 단순한 명제입니다. 장소와 시간에 상관없이 어떤 경우이든 이 확률은 똑같습니다. 만약 이 가정이 무너진다면 로또는 하루아침에 망할 겁니다. 편향되어 있는 로또를 대체 누가 사려고 하겠습니까? 그래서 로또의 당첨 확률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로또를 최대한 많이 사는 것' 입니다. 아주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로또의 당첨 확률을 2배로 높이려고 하면 로또를 2배 사면 됩니다. 100배를 높히고 싶은 100배를 사면 되는 거구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확률은 800만분의 1이란 확률을 생각하다면 사실 1개를 사나 100개를 사나 대세는 영향이 없겠지만 말이죠.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래서 확률을 이해한다면 명당 로또집에서 추운날 30분이나 줄은 서가면서 로또를 사는 일 따위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곳이 명당 로또집이 된 것은 그저 엄청나게 로또가 많이 팔려서일 뿐입니다. 모수가 많으니 당첨확률이 높은거죠. 추운데서 떨며 줄을 서기 보다는 그냥 동네 한가한 편의점에 들러서 로또를 2장 더 사시는 것이 더 당첨 확률을 높이는 일이라는 점 기억하시면 훨씬 더 행복한 로또 생활이 되지 않을까요?
다음 주 칼럼엔 흥미로운 데이터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운명같은 연애 상대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데이터 분석이 알려줄 수 있을까 하는 화두입니다. 다음 주도 기대해 주세요 😄
촌장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