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작년이란 표현이 아직은 좀 어색하네요)에 읽은 책들을 정리해 보니 모두 83권의 책을 읽었더군요. (읽었다의 기준이 완독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건 꼭 밝혀 드립니다.ㅋ ) 바쁜 일상 중에서도 책은 나를 나답게 지켜준 등대였다고 생각합니다. 짬 날 때마다 읽었고 힘들면 힘들 수록 읽었고 바쁠 수록 읽었습니다. 책을 통해 겨우 나를 지켜냈다고 하면 조금 오버이긴 해도 꽤나 진심임을 고백합니다.
2022년 올해의 책을 고르자면 단연 룰루 밀러 의 <물고기는 존재하지않는다> 입니다. 읽는 분에 따라서 조금 거부감이 들 수도 있고 이게 무슨 종류의 책이냐면서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제겐 경이에 가까운 경험을 주었던 책입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평전이기도 하고, 에세이기도 하며, 존경하는 누군가에 대한 헌사이자,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인생의 여정이기도 한 이 책의 미덕은 한 두가지로 꼽을 수가 없을 정도 입니다.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그래도 꼽으라면 '민들레 법칙' 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중략)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의 한 지점이 된다. 그리고 인간들, 우리도 분명 그럴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에서
거대한 세상 앞에서 우리의 존재는 너무도 미미하고, 완벽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부족한 것 투성이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고, 우리의 가치는 무한히 다양합니다. 자신이 한없이 미워지고 낙담에 빠져 있을 때 나를 건질 수 있는 힘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는 메시지. 우리는 민들레처럼 수없이 많은 가치 속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용도를 찾아 잘 사용하면 그 뿐이라는 따뜻한 위로를 이 책은 전합니다. 동시에 아주 잘 쓰인 과학 에세이기도 합니다.
2023년 새해를 시작하는 당신께도 이 책을 권합니다.
2023년 새해에
촌장 드림
덧붙임
책에 실린 삽화가 대단히 아름답습니다.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을 권합니다.
책의 내용도 훌륭하지만, 책의 제목도 너무 좋습니다. 책을 읽어보시면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짜릿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