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대체 무슨 의미인가,
이게 가치가 있고,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것들인가에 대한 허무함과 좌절감으로 힘겨워하고 있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가 제가 속삭여 줬습니다.
원래 그런 거야. 진짜 가치 있는 것들은 지금 보이지 않아. 공허하고 지극히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이런 행위들이 쌓여서 진짜 가치있고 소중한 것들이 만들어 지는 법이야 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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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세상을 바꿔 놓고 있습니다.
비효율의 영역들을 최고의 효율로 변모시키는 데 AI 만큼 잘해내는 기술은 없을 것입니다.
세상이 효율을 외치며 변화를 추진할 때, 효율이 나쁜 행위에 대한 찬사가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의 성장은 힘겨움과 실패, 그리고 고통 속에서 이뤄져 왔습니다.
아주 작은 성취조차도 허투로 이뤄지는 법은 없습니다.
그런 모든 과정들은 한번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사소하고 의미없어 보이고 힘들고 어렵지만
매일매일 꾸준히 해내는 그 어떤 비효율적인 무한한 반복을 통해서만이
이뤄지는 작은 선물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니 AI 시대에서 조차 근본적인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지극히 효율이 나쁜 행위들을 입니다.
이런 공허한 행위들을 결코 어리석거나 무의한 일이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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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효율이 나쁜 행위 중 대표적인 것이 달리기 입니다.
하지만, 달린다는 그 무의미하고 반복적이고 지겨운 행위들을 통해 작가로의 열정과 근성을 지켜나갈 수 있었음을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고백하고 있습니다.
요즘 러닝을 많이 못하고 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이죠.
6월22일에 용인 단축 마라톤에 신청해 놓고도 어떻게 태평입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운동화의 끈을 조여매야 할 것 같네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리고 페이스북이 저를 앞으로 떠밉니다.
달리라고, 그 무의미한 행위를 다시 시작하라고 말이죠.
그래도 그동안 달리면서 이거 하나만은 지킨 것을 자랑하고는 싶습니다.
이 책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얘기했던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의 문장이자,
저 역시 아직까지는 지켜내고 있는 문장입니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촌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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