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니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 졌습니다. 그래도 이번 여름의 무더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정말 너무너무 더웠고, 비도 엄청 많이 왔던 여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올 여름이 앞으로 가장 덥지 않았던 여름일 거라는 사실을 말이죠. 이상기후 현상은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눈 앞에 다가온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환경과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처럼 공장, 자동차 등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들과 오염물질들이 지구 대기를 망가뜨리는 가장 큰 원인일까요?
넷플릭스에서 <카우스피라시 Cowspiracy> 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카우스피라시>를 제작한 킵 앤더슨은 2017년에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 2021년에 <씨스피라시>를 제작하는 등 환경에 관련된 흥미로운 다큐를 계속 만들고 있다. 모두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다. (이러고 보니 마치 넷플릭스 영업사원인 것 같은데, 그건 절대 아니다) (출처 넷플릭스)
킵 앤더슨이라는 감독의 열정과 투지가 빛나는 2014년도 작품인데요. <카우스피라시는> Cow (소)와 Conspiracy (음모)의 함성어라고 합니다. 킵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축산업에 있다고 고발합니다.고기를 먹는 우리의 습관이 지구를 망치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수많은 데이터와 인터뷰를 통해서 <카우스피라시>는 경고합니다. <카우스피라시>에서 얘기하려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만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온실가스의 가장 큰 주범
UN 보고서에 의하면 모든 교통수단 (자동차, 트럭, 기차, 배, 비행기 등)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합친 것보다 가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양이 더 많다고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등 화석연료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온실가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죠. 육류를 줄이는 식습관의 변화가 공기를 맑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행동양식이라는 사실을 우리 대부분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것은 너무 중요한 환경 정책이다. 하지만, 축산업의 환경 이슈를 덮어두고선 이상기후의 해결을 이야기할 수 없다. (출처 넷플릭스)
아마존의 밀림이 없어지는 이유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의 밀림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죠? 1초에 축구장 하나가 사리지는 속도로 없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목재를 얻기 위해서? 집을 지을 땅을 만드려고? 아니면 사람들이 먹을 농작물을 키우기 위해서요? 브라질 아마존 밀림 파괴의 91%는 축산업 때문입니다. 소나 돼지에게 먹일 사료를 위한 경작지 때문에 아마존이 불타고 있는 거죠. 미국의 경우 전체 곡식 생산량의 70~80%가 사료로 사용된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세계 기아의 문제는 육식 생활 패턴을 바꾸기만 하면 해결될 수 있는 쉬운 문제였습니다. 80억의 인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육식을 하는 인구의 증가가 문제인 셈이죠.
1초에 축구장 하나 크기의 아마존 밀림이 사라진다. 주된 이유가 우리가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즐겨 사먹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물을 아낄 수 있는 방법
예전부터 어머니가 잔소리처럼 하시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물을 아껴 써야 한다. 양치질 할 때, 세수할 때, 목욕할 때 한방울이라도 아껴야 한다"고 하셨죠. 실천을 잘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낭비하지 않으려고 애썼던 기억은 납니다. 그런데 물은 전혀 다른 곳에서 훨씬 더 많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2012년을 기준으로 70억의 인구와 15억 마리의 소를 비교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사람이 하루에 소비하는 물은 200억 리터, 음식은 952톤으로 추정합니다. 반면 15억마리의 소가 하루에 소비하는 물의 양은 1,700억 리터, 그리고 음식은 6,123톤에 이릅니다. 소가 인간보다 물은 8.5배, 음식은 6.4배나 더 쓰고 있는 겁니다. 전세계 인류의 물부족 문제의 해결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생활 용수를 아껴서는 절대 이룰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틀렸습니다. 물을 아끼기 위해 사실 고기를 먹지 말라고 저에게 당부하셨어야 했던 겁니다.
<카우스피라시>엔 수많은 그래프와 데이터들이 나온다. 공장식 축산업으로 사육되는 소는 인간보다 훨씬 더 많은 물을 소비한다. (출처 넷플릭스)
환경단체가 축산업 얘기를 하지 않는 이유
수많은 환경단체에서는 왜 축산업이 미치는 환경 오염과 자원낭비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을까요? <카우스피라시>의 전반부는 환경단체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인터뷰 자체를 거부하는 환경단체들이 대부분이었고, 인터뷰를 했던 담당자들도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거나 아예 거론을 하지 않으려 했죠. 왜 그랬을까요? 모든 데이터가 축산업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데, 환경을 위하는 단체에서는 정작 이 사실을 언급하길 두려워 합니다. 마치 보건당국이 담배의 위험을 무시하고 건강을 얘기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환경 단체가 축산업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축산협회와 식품 대기업들의 엄청난 후원금과 로비 때문이라고 <카우스피라시>에서는 이야기합니다. 미국의 경우 축산협회의 로비능력은 엄청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축산협회와 그리고 글로벌 축산 식품 대기업들이 이런 환경단체를 후원하는 것도 사실이죠. 후원단체와 기업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려운 거죠. 또 다른 이유로는 육식을 일상으로 하는 대부분의 미국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거죠. 이에 대한 비난을 두려워했던 겁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2014년에 제작되었습니다. 2023년 현재 시점의 상황과는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은 듭니다)
<축산업>의 환경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카우스피라시>의 부제는 The Sustainability Secret 입니다. 지속가능성의 비밀이라는 뜻이겠죠.지속가능성은 제가 요즘 가장 자주 언급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지구와 환경이라는 거대 담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개인의 삶과 사업을 운영하는 측면에서도 지속가능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성공하기 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더 오랫동안 하고 싶은 방향이 훨씬 더 의미있다고 느껴기 때문이겠죠.
<카우스피라시>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을 파헤치려 노력한 작품입니다. 불편한 이야기죠.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환경에 대한 상식이 잘못되었다는 각성과 함께 일상적인 식습관이 사실은 더 큰 환경 문제의 원인이었다는 자각은 쉽게 인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해서 진실이 사라지진 않죠.
전문가들의 마지막 당부는 이렇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채식하십시오. 하루도 거르지 말고."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로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죠."
"생태적으로도 좋고, 꼭 필요한 일을 지금 바로 실천하세요.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