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 <알림을 껐을 때 우리에게 생기는 변화들>이란 주제로 칼럼을 썼었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 다시보기 ) 우리의 집중력이 소셜 미디어 SNS의 알고리즘 때문에 처참히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했었죠. 삶의 주도권이 어떻게 의도적으로 강탈당하고 있는지를 아주 광범위하게 파헤친 요한 하리의 <도둑 맞은 집중력>이란 책이 여전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걸 보면 소셜 미디어에 대한 재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스마트폰에 이 정도 소셜 미디어는 대부분 기본으로 깔려 있다.
박상현 발행인이 발행하는 <오터 레터 https://otterletter.com/ >에 소셜 미디어에 관련된 글이 올라왔습니다. <Business Insider> 의 기사를 소개한 글인데 미국 젊은 세대의 소셜 미디어에 대한 인식과 변화를 흥미롭게 알 수 있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죽었다 (Social media is dead)' 라는 꽤나 도전적인 제목인데, 기사의 내용을 간략히 재편집했습니다 (원문 보기). 아마 소셜 미디어의 방향성에 대해서 흥미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알고 있던 )소셜 미디어는 죽었다'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다.
타티 브루닝은 22세의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사진 작가인데, 요즘 인스타그램에 포스팅이 뜸해 졌습니다. 그녀의 피드에는 너무도 완벽하고 멋진 콘텐츠들이 가득차 있기 때문에 무턱대고 올렸다간 사람들에게 실망을 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죠. 인스타그램이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어요. 친구들과 지인들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인스타그램의 초창기 모습이 그리웠고, 그래서 그녀는 '다시 인스타그램으로 만들자" 라는 캠폐인을 시작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대한 일반 사용자들의 피로감이 깊어진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죠. 심지어 인스타그램의 CEO인 아담 모세리도 "사람들이 DM, 폐쇄된 커뮤니티 또는 그룹 채팅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인정할 정도이니 말이죠. 일반 유저들이 포스팅을 하지 않으니 소셜 미디어는 사회적인 커뮤니케이션 공간이라기 보다는 인플루언서, 마케터, 기업들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건, 우리가 한때 알았던 소셜 미디어는 죽었다는 사실입니다.
인스타그램의 CEO는 하루에 몇 시간이나 소셜 미디어를 사용할까 궁금해 진다.
'소셜 미디어'에서 '소셜 미디어'로
소셜미디어의 본성을 가장 잘 표현했던 인스타그램은 친구, 가족, 지인들을 연결하는 매개체였습니다. 인스타그램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의 대명사처럼 불리기도 했죠.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플랫폼에 머물게 만드는 수많은 기술과 전략들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피드는 친한 사람들이 아닌 인플루언서와 인기있는 콘텐츠들로 도배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인스타그램은 엔터테인먼트 앱이 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들의 인생 최고의 순간들이 피드에 쏟아지지만, 정작 일반적인 사람들은 오히려 계시물을 올리는 것이 훨씬 줄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런 사진들은 수없이 찍은 사진들 중에 가장 잘 나온 한 장일 가능성이 높다
편하게 일상의 이야기를 올렸던 일반 유저들은 포스팅에 불편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필터와 이모지를 써야할 지, 해시태그와 글은 어떻게 써야할 지 등 이런 수많은 자기검열 때문에 계시하는 사람들을 더욱 부담스럽게 만들었고, 결국 인스타그램의 초기 매력은 사라졌습니다.
뉴욕에 거주하는 23세의 한나 스토우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전에는 인스타그램을 자주 사용했어요. 하지만 이젠 거의 올리진 않아요. 대신 DM으로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거나, 그나마 피드에 올리기 보단 스토리에 올리는 편이죠."
인스타그램이 주춤하는 사이에 새로운 앱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BeReal은 초기 7,500만회라는 엄청난 다운로드 수로 인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월 활성 사용자수가 인스타그램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트위터 (지금은 X라고 이름이 바뀌었다)가 흔들리는 틈을 타고 메타의 스레드가 출시 5일만에 1억명의 가입자를 얻는 엄청난 바람을 일으켰죠. 그런데 불과 한달 만에 사용자수는 80%나 감소했습니다. 소셜 미디어계의 압도적 공룡인 메타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도 이 새로운 소셜미디어는 성공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메타의 스레드는 일런 머스트의 X가 뻘짓을 하는 동안 급성장을 했다가, 지금은 80%의 거품이 꺼졌다.
이젠 지쳤어
"솔직히 소셜미디어에 지쳤어요."
23세의 왈리드 모하메드는 말합니다. 십대들이 피드보다는 스토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스토리보다 DM에 더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패턴을 보면 앞으로 소셜 미디어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십대들이 선호하는스토리, DM, 그룹 채팅과 같은 사적인 공간에서는 알고리즘이 비집고 들어갈 틈 거의 없습니다. 틈새 커뮤니티 (Niche communities)는 소셜미디어보다 좀 더 사적인 교류가 가능하게 만들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빅토리아 존스틴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소셜 미디어는 이렇습니다.
"사람들이 팔로워를 모으거나 존재감을 가지거나 유명해져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과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안정한 공간이 돠어야 해요"
가상의 공간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연결되는 소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거죠.
사실 이런 사진을 찍어 포스팅하기보다는 사람들과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게 필요할 지 모른다
지난 10년 간의 소셜미디어의 트렌드는 이제 저물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에 발목잡힌 피드에서 벗어나 사람들은 좀 더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선택하려 합니다. 이런 변화가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더 건강한 디지털 경험을 선사할 거라는 쪽도 있지만, 반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는 분열된 사회를 심화시킬 거란 목소리도 있죠.
어떤 결과가 되었던 분명한 것은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 시대는 끝났고, 이전같은 오디언스가 없는 솔직한 온라인 공유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