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성복천을 따라 3km 남짓 걷습니다. 주로 밤에 걷습니다. 아침은 좀 분주합니다. 밤이 주는 포근함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밤 산책이 저는 좋습니다. 늦은 퇴근길 가볍게 옷 갈아입고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산책하면 계절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같은 길을 매일 걷다 보면 작은 차이도 눈에 들어옵니다. 어제까지 겨우 고개를 들었던 풀들이 오늘 밤엔 성큼 자라 있습니다. 하루 사이에 녹색은 더욱 짙어지고 때맞춰 꽃들은 피고 또 집니다.
성복천의 물소리도 좋습니다. 산책할 땐 가급적 음악을 듣지 않습니다. 주변의 소리에 그냥 몸을 맡깁니다. 늦은 시간 인적도 드문 산책길에 듣는 물소리는 마음을 정화하는 힘이 있습니다.
오리와 왜가리는 산책길의 친구입니다. 🦆끼리끼리 노닥거리기도 하고, 가끔은 저 혼자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부지런히 물질을 하는 모습이 신기해 걸음을 멈춰 한동안 쳐다볼 때가 많습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으니 더 친근합니다.
에마 미첼의 <야생의 위로>는 자연이 주는 위로를 아름다운 삽화와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책입니다.
25년간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살의 충동에서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자연이 선사하는 위로 때문이었다고 저자는 고백합니다. 산책길에 만났던 모든 존재들이 그녀에겐 최고의 항우울제 였습니다. 사는 게 의미없고 힘겹기만 할 때, 산책은 소리없이 마음을 다독여 줍니다. 목적없는 걷기가 마음을 정화합니다. 보기에도 읽기에도 이쁜 책입니다.
우리의 삶은 참 분주합니다. 누가 시키기 보다는 사실 우리 스스로 자신을 옭아매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잠시라도 멈춤의 시간이 주어지면 왠지 더 조바심이 납니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뒤쳐질 것 무능감에 마음은 거덜이 나곤 합니다.
이런 느낌이 들면 거침없이 일어나 산책을 시작하세요. 4월의 봄향기에 안겨 자신을 토닥여 주세요. 굳이 무슨 생각을 하려 하지 말고 그냥 길을 따라 조용히 걸어보세요. 초생달 깊이 감기는 밤 기운에 스르륵 녹아 들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