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서야 보이는 것들
칼 뉴포트는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기술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더 깊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한 수단으로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단순한 금욕주의가 아니라, “의도적이고 가치 중심적인 기술 사용 철학”으로 정의합니다. 다시 말해, 무조건 줄이는 게 아니라, 나의 삶에 진짜 필요한 기술만 ‘선택적으로 재도입’**하라는 것이죠. 그 방법으로 그는 ‘디지털 디클러터링(decluttering)’, 즉 디지털 정리를 제안합니다.
30일 동안 불필요한 기술을 모두 잠시 멈춘 뒤, 그 이후에야 자신의 삶에 가치 있는 기술을 ‘재선택’하라는 겁니다. 중요한 건,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까지 구체적으로 ‘규칙화’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SNS를 다시 쓴다면 “PC에서만, 주말에만, 30분만” 이런 식으로요. 사실 30일도 필요없습니다. 일주일만 멈춰서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선택의 권리
'재선택'이라는 느낌은 오히려 생소하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사용하고 있는 도구들이 내 선택에 의해서 사용되고 있는 줄 알았지만, 멈춰서면 사실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기술을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였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사용할지’를 고민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피드 기반의 앱, 무한 스크롤, 푸시 알림, 자동 재생… 우리는 그저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살아왔습니다. 여기에 우리의 선택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즉각적인 무감각적인 반응만이 남아 있습니다.
더욱이 요즘은 AI가 정보를 요약해주고, 정리해주고, 추천까지 시대이죠.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정보에 압도당합니다. 요약을 요구해놓고, 정작 피드를 더 스크롤하고, 핵심만 보겠다 해놓고, 댓글까지 다 읽어내는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정보에 넘쳐나는데 정작 유용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아이러니. 기술이 더욱 '스마트'해 지더라도 우리의 ‘정보 소비 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른다면 남는 건 쓰레기들 뿐입니다.
생각할 공간
우리는 종종 기술을 비난하지만, 뉴포트는 한 가지를 더 강조합니다. 도구를 바꾸기보다는 정보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바꾸라는 거죠. 그는 책에서 이런 활동들을 제안합니다.
- 혼자 걷기
- 책 한 권 깊이 읽기
- 손으로 뭔가 만들기
- 직접 전화하거나 만나 대화하기
이건 단순한 습관 바꾸기가 아닙니다. 정보를 흡수하는 속도를 줄이고, ‘생각하는 구조’로 돌아가자는 제안입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이 진짜 말하고 싶은 건, 기술을 줄이라는 말이 아니라, 생각할 공간을 되찾으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일단 지우세요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를 그것도 너무 빠르게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죠.
“나는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
앱을 지웠더니, 시간이 남습니다. 시간이 남았다기 보다는 생각할 공간이 생겼다고 보는 게 더 맞겠죠. 무책임하게 흘려보내는 그 시간동안 뭔가 생각하게 됩니다. 그 시간으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 정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더는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중심에 있다는 감각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칼 뉴포트는 말합니다.
“기술이 삶을 방해하지 않을 때, 우리는 진짜 삶을 살 수 있다.”
촌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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