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인간을 닯은 휴머로이드 로봇의 대명사는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아틀라스(Atlas) 였습니다. 돌이 많은 거친 길을 걸어가기도 하고, 발길을 차도 넘어지지 않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후에 아틀라스는 점점 더 업그레이드 되었고 점프하고 덤블링을 하면서, 춤도 추고, 박스 사이를 뛰어 다니는 수준에 이릅니다. 사람도 따라하기 힘든 어려운 동작을 로봇이 구현하도록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해냅니다. 2020년 12월에 현대자동차그룹이 이 회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안정적인 모기업의 지원 하에서 더욱 발전하겠구나 생각했죠. 하지만 최근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소식이 뜸해 졌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오랫동안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명사 였다. (출처 : 보스턴 다이내믹스)
갑작스런 신규 모델의 등장
그러다 지난 주 갑자기 Farewell to HD Altas 라고 하는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아틀라스의 실패와 발전의 역사를 보여주고는 아틀라스가 꾸벅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영상이 마무리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모기업이라서 그런지 한국적 정서로 인사로 작별을 고하는 모습이 인상 깊네요. 미국회사였으면 손만 흔들고 말았을 텐데) 그리고 바로 다음 날 All New Atlas 라고 하는 40초짜리 짧은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아틀라스가 고개를 숙이며 마지막 인사를 하는 모습. 한국기업이 모회사라서 그런지 예의가 바르다 (출처 : 보스턴 다이내믹스)
바로 다음 날 새로운 뉴아틀라스가 선보였다. 둘의 모습을 보면 전혀 형제처럼 보이질 않는다. (출처 : 보스턴 다이내믹스)
뉴 아틀라스의 특징들
바닥에 누운 뉴아틀라스가 엄청 아크로바틱한 동작으로 관절을 꺾으면서 일어섭니다. 그리고 얼굴을 180도로 돌린 상태로 뒤로 걸어오면서 목을 앞으로 돌립니다. (실제 보면 꽤나 그로테스크합니다) 동그란 얼굴이 카메라를 조금 주시하더니 몸을 돌려서 저벅저벅 밖으로 걸어나갑니다. 기존 아틀라스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기존 방식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이번 뉴 아틀라스 모델의 등장에서 읽혀집니다.
저런 동작으로 벌떡 일어선다. 사람처럼 동작하기보다는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업무에 최적화 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출처 : 보스턴 다이내믹스)
특징 1_전기 액추에이터
기존 아틀라스 모델은 유압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유압식 모터는 높은 토크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효율성이 낮고 진동과 소음 문제가 있죠. 오일교체 등 유지보수에도 상대적으로 불리합니다. 그래서 이번 뉴아틀라스는 전기식으로 모델이 변경되었습니다. 기본적인 스트럭처가 완전히 변경된 새로운 모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전기식 모터엔 여러 장점들이 있죠. 폭넓고 다양한 움직임이 가능해서 복잡한 환경에서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게 가능합니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서 장기간 활동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죠. 생산적인 측면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로봇들은 전기 모터로 개발되는 현실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이런 트렌드를 따라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생각되네요.
예전 아틀라스는 유압식으로 제작되었기에 저렇게 강한 토크를 낼 수 있었다. 덤블링하고, 재주를 넘고, 마구 뛰어 다닌다. (출처 : 보스턴 다이내믹스)
유압식에서 문제가 많다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영상. 아틀라스가 넘어지면서 관절 유압 모터에서 기름이 세고있다 (출처 : 보스턴 다이내믹스)
특징 2_심플한 핸드 메커니즘
테슬라의 옵티머스나 피큐어의 Figure01 과는 달리 뉴아틀라스는 손가락이 사람처럼 생기지 않았습니다. 아주 단순한 형태의 핸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데요. 사실 이전 아틀라스도 핸드 메커니즘은 심플했습니다. 이건 뉴아틀라스의 지향점을 정확히 보여줍니다. 복잡하고 정교한 손동작이 필요한 영역이 아니라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에 사람을 대신해서 투입하려는 목적이 분명해 보이죠. 모회사가 현대자동차 그룹이니 아마도 자동자 생산 라인에 투입하여 다양한 실전 테스트를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핸드 매커니즘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목적이 분명해서이다. 물건을 옯기고 이동시키는데 굳이 사람 손처럼 정교할 필요는 없다. (출처 : 보스턴 다이내믹스)
테슬라의 옵티머스 Gen2는 계란을 집어서 옮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Gen1 보다 움직임이 훨씬 진일보되었다. (출처 : 테슬라)
특징 3_AI 연동
짧은 데모 영상에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지만, 뉴아틀라스 역시 AI와의 연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피규어(Figure) 사의 Figure01 휴머노이드가 오픈AI와의 협력을 통해서 인간과 대화를 나누고 지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모습을 선보인 바 있죠. 안드로이드 로봇이 AI 지능을 탑재하면서 앞으로 로봇의 발전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뉴아틀라스도 아마 AI를 내장하여 고도화된 로봇의 모습으로 발전하지 않을까요? 현장의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새로운 업무들을 빨리 숙지하고 익히는데 AI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체적인 AI 기술이 없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어떤 기업과 협력하게 될 지 기대해 봅니다. 혹시 또 오픈AI? 아니면 요즘 잘나가는 앤트로픽?
피규어01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적절한 행동을 취한다. 먹을 것을 달라는 요청에 테이블 위에서 사과를 집어서 사람에게 전달한다 (출처 : 피규어)
로봇 전성 시대
앞으로 다양한 로봇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5개월 전에 테슬라(Tesla)는 안드로이드 로봇 옵티머스 Gen2를 발표했습니다. 걷는 속도를 많이 향상 시켰고 무엇보다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손가락의 움직임도 고도화 된 모습을 보여줬죠. 외모도 많이 훌륭해 졌습니다. (제 생각에 외모로는 옵티머스가 탑입니다) 테슬라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엄청난 규모의 생산라인이 있죠. 그리고 일런 머스크에게는 화성에 로켓을 보내려는 야심찬 야망을 가지고 있는 스페이스X가 있죠. 양쪽 모두 인간을 대신할 로봇이 꼭 필요한 분야입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Gen2의 움직임은 꽤나 우아하다. 움직임에 관한 대단한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이 영상이 소개된 것이 벌써 작년 12월이니 조만간 또 새로운 버젼이 출시될 것 같다. (출처 : 테슬라)
AI와의 접목에 있어서는 피규어(Figure)라는 스타트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로봇기업 피규어는 자신들의 휴머노이드 로봇에 오픈AI를 접목한 피규어01(Figure01)을 선보였습니다. 사람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소통하며 고도화된 협력이 가능하도록 진화된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바이두(BAIDU)도 UBTEC라는 로봇기업과 함께 협력하여 피규어01과 유사한 형태의 로봇을 선보여 자신들의 기술력을 자랑하기도 했죠. 오픈AI가 투자한 노르웨이의 1X 테크놀로지 AS도 ChatGPT가 적용된 이족 보행 로봇을 개발 중입니다. 생크추어리 AI도 ‘피닉스’라는 휴머로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아마존(Amazon)이 지원하는 어질리티 로보틱스도 업그레이드된 로봇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말 로봇 전성 시대라 부를만 합니다.
중국의 바이두도 이에 질세라 자신들의 AI를 접목한 로봇의 영상을 공개했다. 피규어01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에 생성형 AI를 이식했다.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약간 어색해 보인다. (출처 : UBTEC)
우리 주변에서 휴머노이드를 만나게 되는 날
생산라인, 물류, 재난지원, 돌보미 서비스 등 앞으로 로봇이 적용될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동안은 제한된 영역에서 로봇이 적용되었고 사람의 제어와 관리 하에서 동작했어야 했지만, 이제 로봇이 AI를 탑재하면서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독자적인 움직임과 활동이 가능하고, 학습을 통해서 현장을 점점 더 잘 이해하는 로봇은 아마도 많은 부분 인간을 대체할 것입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분야를 시작으로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운 영역에까지 확대될 것은 분명합니다.
가장 빨리 발전하고 있는 로봇 개발이 자동차 또는 제조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하는 바는 분명하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사람대신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출처 : DALL-E)
돌보미 로봇은 아마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되지 않을까?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른 돌보미 로봇의 시장은 매우 유망한 분야 중 하나이다. (출처 : DAL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