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gave me a thirst, you should have given me a talent, too.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르는 "나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대변자이다" 라고 호소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었던 천재 모차르트를 시기하며 신에게 원망하는 살리에르를 보면서 인간적인 측은함과 슬픔에 공감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런 의문이 듭니다.
세상은 공정한가요? 세상은 우리 모두에게 공평한가요?
모차르트는 타고난 천재성과 노력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우리 모두는 모차르트가 될 수 없다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었습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표지. 작가 야마구치 슈는 철학자가 아니라 기업 컨설턴트이다.
사실 철학을 하나의 도구로 한정시키는 시도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철학을 너무 어렵게만 한정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철학이 삶의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분명히 유용한 접근법 임에 틀림 없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철학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50가지의 대표적인 철학자들의 핵심적인 철학 키워드를 쉽게 풀어서 정리한 책입니다.
멜빈 러너(1929~ )는 공정한 세상 가설 (Just-world hypothesis)로 유명해진 사상가입니다.세상은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을 믿으며 개인의 노력은 언젠가는 보상받는다는 생각이 바로 공정한 세상 가설의 핵심이죠.
'공정한 세상 가설'을 제창한 멜빈 러너는 정의감과 옳음에 대한 긍정적 가치를 믿었다
말콤 글래드월의 <아웃라이어> 에서 나온 1 만 시간의 법칙 잘 알고 계시죠?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으며, 누구라도 1 만 시간 정도를 자신의 분야에 헌신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이 아이디어는 자기계발의 가장 큰 지지 기반을 이루고 있죠.
그런데, 멜빈 러너의 공정한 세상 가설의 세상이 정말로 존재하나요? 정말 세상은 공평한가요? 노력한 대로 그만큼의 성과가 따르던가요?
모차르트의 성공과 그의 천재성, 그리고 노력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모차르트의 상황에 대한 핵심 명제에서 추론할 수 있는 상황을 철학적 프로세스로 한번 생각해 보죠.
명제1, 천재 모짜르트는 노력했다.
맞아요. 틀림 없죠.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열성적인 교육열로 인해서 엄청난 음악 공부와 연습을 했습니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 불후의 천재 작곡가가 된 것이죠. 그래서 이런 명제 1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명제를 끄집어 낼 수 있습니다.
명제2, 노력없이는 모차르트 같은 천재가 될 수 없다.
어때요. 논리적으로 맞죠! 그런데, 이건 어떨까요? 명제 3은 맞는 얘기일까요?
명제3, 노력하면 모차르트와 같은 천재가 될 수 있다.
아니죠. 명제 1에서 명제3을 유추할 수는 없는 겁니다. 성공을 위해 노력은 너무도 중요한 필수 요소이지만 노력만으로 모차르트가 될 수는 없습니다. 살리에르의 고통은 바로 이러한 자각에서 비롯된 거구요. 자신의 힘만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세상 앞에서 살리에르, 그리고 평범한 우리의 비애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공정한 세상 가설을 강요하는 세상은 자연스럽게 '노력 지상주의'에 빠지게 되고 이런 생각은 개인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너의 실패는 네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대학에 떨어진 건 남들보다 네가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너가 가난한 건 돈을 벌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너야, 너. 너 자신이 문제인거야.
외부를 탓하지마. 네가 노력하면 될 수 있어. 성공은 너하기에 달려 있어.
우리 주변에서 너무 자주 듣는 이야기 아닌가요? 아마도 평소 자신 스스로에게도 원망처럼 쏟아내는 말들입니다. 뭔가 잘 되지 않으면 자신의 탓으로 돌려버리고 우울해 하죠. 그래도 잘 안되면 원망스런 세상을 탓하며 비관주의자가 되어 버리던가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이런 일화를 소개합니다.
1999년에 명예퇴직을 권고받은 58세의 남성은 본사 사장실로 뛰어들어 할복자살합니다. 그는 유서에 이렇게 쓰고 있죠.
"입사 이래30년간, 이 회사와 운명 공동체로 먹고 자는 것도 잊고 가정을 돌볼 시간도 없이 일하면서 회사 만을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불공평하게 이렇게 애쓴 나에게 명예퇴직을 권고하다니 이건 너무도 불합리하고 공정하지 못한 일이다"
평생 한 직장만 다닐 수 있는 건 축복일 수 있지만, 반면 어떤 면에선 저주일 수도 있다. 사진출처
공정한 세상 가설을 믿었던 자의 처절한 슬픔과 분노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세상은 우리의 믿음처럼 그렇게 공정하거나 정의로운 세상은 아닙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투쟁하고 노력하는 것과는 별개로 세상의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는 필요합니다. 이런 자각이야말로 한 개인을 그리고 그가 소속된 사회를 건강하게 행복하게 만드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