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목수 이야기 - 일이란 무엇인가!

매주 수요일, 안철준 촌장의 뉴스레터입니다 👀

2023. 7. 26.

매주 수요일, 안철준 촌장의 뉴스레터입니다 👀

뉴욕 목수 이야기

제가 좋아하는 박상현 발행인의 오터레터 (Otter Letter )에 실린 이야기를 공유할까 합니다. 뉴욕의 목수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사실 평범한 목수는 아닙니다. 마크 엘리슨 (Mark Ellison)이라는 분으로 뉴욕 최고의 목수로 불리는 사람입니다. 다른 목수들이 못하겠다고 포기한 작업이 있다면 "그럼 이젠 마크 엘리슨에게 찾아가야 겠군" 라고 얘기하는 식이죠. 이 분이 책을 내면서 1A 라는 방송에 출연한 내용을 박상현 발행인이 정리한 내용입니다. 직업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일에 전문가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입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만 발췌하여 정리해 드립니다.

마크 엘리슨 (Mark Ellison) 인상에서 풍기는 포스가 강렬하다.

(이미지 출처: Amazon)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뉴욕 최고의 목수라는 호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마스터(Master, 달인)이라고 불리는 걸 싫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사회자가 묻습니다. 마크 엘리슨의 대답입니다.

"무엇인가에 통달하다는 건 사람들이 인생에서 도달하고 싶어 하는 단계이죠. (중략) 살아오면서 자기 일을 정말 엄청나게 잘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하지만 그분들 중 아무도 자기를 '마스터'라고 부르지 않을 겁니다.

제게는 마스터라는 표현이 제가 하는 일을 제약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일을 할수록, 일을 하면서 배울수록, 그리고 더 다양한 작업을 할수록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중략) 어떤 일을 100퍼센트로 잘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 "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의 간극

목공 일을 취미로 오랫동안 해왔는데, 이 일이 너무 좋아서 이젠 전업으로 하고 싶은데 지금 시작해도 될까요 라는 청취자의 질문에 엘리슨의 답변은 꽤나 현실적인 조언이 담겨져 있습니다.

"저는 그 일을 좋아만 했던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음악 연주를 좋아했는데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돈을 벌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돈을 받기 시작하면 제가 음악을 즐기지 못하게 될 걸 알기 때문입니다. (중략) 그렇기 때문에 사연을 보내오신 분도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항상 돈을 받을 수 있는 일을 하다가 목공일을 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다른 목수는 꺼리는 작업을 맡다 보니 특이하고 까다로운 작업만 제게 왔습니다. 그런데 저밖에 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일을 20년 넘게 하다 보니 제게 가격 결정권이 생겼습니다. 허공에 붕 떠있고 속이 들여다보이는 계단을 만들고 싶은데 아무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제가 할 테니 가격은 제가 결정하겠다고 할 수 있는 거죠."

마크 엘리슨이작업한 작품. 얼핏봐도 작업이 대단히 어려웠을 듯 하다. 가격도 아마 엄청나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The New Yorker)

일을 배운다는 것의 의미

마크 엘리슨이 지금의 명성을 얻기까지 3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사회자는 엘리슨에게 일을 배우는 방법에 대해 질문하죠.

"모든 게 실수의 결과입니다. (중략) 저는 할 수 있는 모든 실수를 다 해봤습니다. 처음에는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었어요.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한 후에 거의 모든 작업에서 최소한 한 번의 실수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특히 제가 고안해 낸 기술들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 낸 것들입니다. 결국 제 경력 전체가 제가 저지른 실수들 위에 만들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완벽함에 다가가는 방법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현실은 항상 제한이 있게 마련인데 이런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엘리슨의 대답입니다.

"이중성을 갖고 사는 겁니다. 저 자신을 위해서 하는 프로젝트는 스스로 거의 고통스러울 수준으로 높은 기준을 적용합니다. 하지만 괴로운 건 정말 정말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게 만들고도 여전히 실수한 게 엄청 많이 보인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더 잘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해도 제 작업의 단점이 보이고, 실수를 발견합니다.(중략) 결국 나는 나라는 걸 인정하는 수 밖에는 없어요. 내가 세운 기준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나입니다. 그걸 인정하고 살아야죠."